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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영화 '악마를 보았다' 후기 / 개인적으로 통쾌하지 않아서 더 오래 남는 영화

by ssoKong 2026. 8. 14.

 

영화 '악마를 보았다'

 

 

“다 보고 나서 통쾌하다기보다 찝찝하고 허무했어”

 

처음에는 수현이 경철에게 복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느 정도 통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까 이상하게 시원한 느낌은 남지 않았다. 오히려 복수를 끝낸 수현에게 정말 남은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악마를 보았다 오해, 속 시원한 복수극인 줄 알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악인을 찾아가서 제대로 복수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경철이 워낙 잔인한 인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수현이 그를 쫓아가는 영화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 속이 시원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초반에는 나도 수현의 편이었다. 경철이 저지른 일을 알고 있으니까 수현이 그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해됐다. 경철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래, 저 정도는 당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복수가 계속될수록 내가 처음 느꼈던 통쾌함이 조금씩 사라졌다. 처음에는 경철이 당하는 장면이 복수의 과정처럼 보였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부터는 오히려 폭력을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수현이 경철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바로 끝내지 않고 계속 쫓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부터는 감정이 조금 복잡해졌다. 경철이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한데도, 수현이 그에게 고통을 주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이게 정말 복수만을 위한 행동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복수의 통쾌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복수가 진행될수록 수현 자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처음에는 악인을 응징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까 복수를 하는 사람까지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경철을 살려주는 순간, 복수와 폭력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 확 달라진 건 수현이 경철을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바로 끝내지 않고 살려주는 순간이었다. 그전까지는 수현의 분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죽일 수 있는데도 일부러 살려주고, 다시 찾아가고, 또 고통을 주는 과정이 반복되니까 나도 조금씩 불편해졌다.

그때부터는 내가 지금 복수를 보고 있는 건지, 또 다른 폭력을 보고 있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나는 수현이 화가 나는 이유 자체는 이해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황에서 경철을 용서한다는 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현의 행동을 보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의 편에 서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현의 분노가 아니라 그 분노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수현의 마음은 이해되는데 수현의 선택에는 점점 화가 나는 상태가 됐다.

 

“그냥 끝내면 안 되나?”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경철이 당하는 모습을 보며 통쾌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경철보다 수현을 더 신경 쓰게 됐다.

복수를 계속하는 동안 수현이 점점 복수 자체에 묶여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경철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목적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부터는 나도 더 이상 편하게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경철을 살려주는 장면은 단순히 잔인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니었다. 수현을 응원하던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이라서 더 기억에 남았다.

경철이 잘못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현이 너무 멀리 가고 있다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두 감정이 동시에 생기니까 그때부터 영화가 전혀 다르게 보였다.

 

악마를 보았다, 그래서 수현에게 남은 게 뭐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래서 수현에게 남은 게 뭐지?”

수현은 결국 자신이 원했던 복수를 한다. 결과만 보면 복수에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걸 보고 승리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마지막에 남은 건 허무함이었다.

복수가 끝나면 수현도 조금은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본 수현은 전혀 후련해 보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자신을 움직이게 했던 목표가 사라지고 나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나도 같이 허무해졌다. 처음에는 경철에게 복수하면 수현에게도 뭔가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복수가 끝나고 보니 이미 벌어진 일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수현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도 “복수 제대로 했다”라는 생각보다는 “이렇게까지 해서 결국 수현에게 남은 건 뭘까”라는 생각이 더 오래 남았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히 복수는 나쁘다고 말하는 영화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수현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이해됐고, 그 정도의 분노를 쉽게 비난할 수도 없었다.

다만 복수를 계속하는 동안 수현 역시 처음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게 너무 씁쓸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났는데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복수가 끝난 뒤에야 진짜 허무함이 시작되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잔인한 장면을 잘 못 보는 사람이라면 보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고, 무엇보다 보고 나서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 영화를 기대한다면 더더욱 맞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불편한 감정까지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보고 나서 수현의 선택과 복수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한 번 봐봐에 가까운 영화"

 

잔인한 장면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고 단순한 권선징악보다 복수를 하는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다만 시원하고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한다면 나는 굳이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한줄평 : 복수는 끝났는데, 복수한 사람에게 남은 건 통쾌함보다 허무함에 가까웠던 영화였다.

개인 평점 : ★★★★☆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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